첫아이를 낳고 10년이 지나도록 시댁 어른신들은 둘째에 대한 재촉을 하지 않으셨다
남편의 다소 완강한 태도도 그 이유중 하나였겠지만
가장 주요한 이유는
아버님께서 다니시는 절의 스님이
첫 아이가 동생문을 닫고 나왔다고 했다는 것.
심장이 미쳐 생기지도 않은 5주차의 아이를
확인하고 돌아온 그날
주기적으로 안과 방문을 위해 아버님께서 오셨다.
아버님께서는 우리 가족의 이런저런 일을 이야기 할 때면 첫아이가 동생문을 닫고 왔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날도 오랫만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던 말 끝에
"스님이 그러는데 oo이는 동생문을 닫고 나왔대
그래도 일당백 한다고, 어지간한 사내아이 보다 낫다고 하네" 하셨다.
다음주 심장이 뛰는 걸 확인하기 전 까지는 부모님께 알리지 말자고 했는데...
아무리 자연스러운 피임을 했다해도
생리가 막 끝나자마자 한 관계에서 생긴 첫 딸을 생각하면 10년간 둘 째가 생기지 않는 걸 보며
속으로 '그 스님 용하네~'하고 있었는데
그때는 없었고 지금은 있는 둘째의 존재에
'설마 했는데 역시'가 되버린 지금.
아버님의 맹목적 믿음에 불만이던
신랑이 "무슨 소리~ 지금 지영이 뱃속에 둘째가 있는데!" 하고 임밍아웃을 해버렸다.
올해 삼재가 풀리고 장사가 잘되어 큰 돈을 번다고 하더니 역시...믿을 게 못되지. ㅜㅜ
"거짓말 하지마라"며 놀라시는 아버님께
심장 없이 동그란 아기집 초음파 사진을 보여드리고 다음주에 다시 병원에 가서 심장이 생긴걸 확인해야한다고, 확인이 되면 전화드리려고 했었다고 말씀드렸다.
그제서야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님~
둘 째가 생긴 일로 아버님의 맹신을 좀 누그러들었는지
부득이 제왕절개로 출산을 할 수밖에 없어서 날짜를 잡을 때도 크게 우기시진 못하셨다.
첫 아이때는 출생신고를 다른 날로 하라고 우기셨던 아버님이신데...
인생이란 역시 정해진 길이 아니었다.
동생문을 닫았다고? 아닌데?
셋째도 도전할건데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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